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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Uli

Apr. 14, 2014

New York 하면 어떤게 떠올라?

 

노란 택시, 월 스트릿, 할렘, 파티, 도시, 매디슨 스퀘어 가든, 힙합, 센트럴 팍,

섹스 앤더 시티_

뭐 그런 것들을 떠올리려나.

 

그렇지만 나에겐

손바닥 만한 날아다니는 바퀴벌레, (어엄청 큰)쥐, 비싼 아파트, 구직난, 공기마저 끈적한

지하철, 수많은 노숙자들, 섹스, 돈, 회색 도시, 무시무시한 물가_

같은 느낌으로 남아 있는 도시. 뉴욕.

 

나도 처음엔 엄청 큰 기대와 꿈에 부풀어 영화 스토리에 나올 법한 직장에서 난 막내

디자이너로 승승장구, 성공해서 뭔가 괜찮은 일을 하고 있는 디렉터로. 그리고 그때는

내 곁엔 멋진 남친도 있을거라 자신하던, 아니.

믿어 의심치 않던 그런 20대의 초반의 내가 그곳에 있었다. 뉴욕에.

 

길을 걷는 순간에도 나는 뭔가 다른 인생의 기로를 가고 있는 거라 확인하고 싶었고,

그곳에 있던 나는 현실의 나인데도, 나는 현실이 아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동일화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이 꿈이 깨지면 난 현실로 돌아가니까. 그러니까, 돌아가기 싫다고, 이게 '나'라고.

 

나는 어디에 있어도 나였을텐데로 말야.

 

그러다 내가 길을 잘못 닦았던 모양이었는지, 2000년도 말에 미국에는 경제위기(Subprime)

가 찾아오고 많은 이들이 실직을하고, 많은 회사들이 부도를 맞아 문을 닫게 되었다.

나는 그 중에 그 무서운 물살에 휩쓸려 버린 사람 중에 하나.

 

5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외로움과 싸워대며 홀로라도 어느 정도는 잘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음에는 여유가 없었고, 날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리 위를 걷는 듯한 두려움을 짓누르고 고개를 빳빳이 세운 채 괜찮은척 당당하게. 모든 것이 다 내 책임으로 밖에 귀결 될 수 없다며 홀로 자책과 위로, 채찍질과 반성을 거듭하고 지낸 세월이 대부분이라고 하면 이건 자기 연민밖에 되지 않을 테이니,

 

다시 말해보면 난 즐길 줄을 몰랐던 것이다.

실수할까 두렵고, 잃으면 되돌이킬 수 없을까봐. 

 

이건 어찌보면 과정보다 결론에 충실한 보편적인 우리나라 교육의 영향(이라 쓰고 폐해라

읽고 싶군)일수도 있고, 가정교육이나 내 그릇이 고만한 것일 수도 있으리라.

 

머리 다 크고 나서야 한국에서 시작한지 몇년 지난 지금

적응력이 빠른 나는 왜 아직 적응을 못하고 사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22와 28이라는 뭔가 어정쩡하게 껴버린 나이의 청춘에 난 그 더럽고 게다가 비싸고, 가보지 않은 이는 허영가득한 꿈을 꿀법도 한, 작지만 모든 것이 함께 공존하는 그런 구식스러운 도시에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같은 그곳을 열어버린 후로는 모든 비밀을 알아버려서 절대 잊을수 없다고. 

 

And I buried my dream, youth, memories, passion, hope, love and me as I am

underneath the city.

 

And I never got them back again, ever.

 

그렇지만, 아직까지 난 그곳을 사랑한다고. 많이 그립다고.

 

I still heart ny, my dar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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