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으려 노력한지 꽤 됐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아파 약을 달고 살았던 나는 약만 봐도 진저리가 난다.-
감기약, 진통제, 무슨 무슨 약이던 간에.
최근 몇 주간,
지인에게 선물(?) 받은 수면 유도제는 내가 몇 달만에 먹게된
한국에선 구하기도 힘든, 내가 힘들 때만 의지하던 그런 약이더랬다.
몇 주간, 장기 복용한 탓에
낮에는 우울감, 무기력에 시달리고
밤에는 먹지 않으면 불면에 시달리는
아주 도움이 되질 않는 삼중주가 딱 맞아 떨어질 때쯤.
힘들어, 일년만" 연발하며 다니던 직장에서
운좋게 일주일 휴가를 내고
쉴겸 여차저차 유난스럽게나 소문을 내고
템플 스테이를 다녀왔다.
그게 그렇다.
외국에서 유학+직장생황을 하며
머리 크며 6년동안 혼자 살았던 나는
늙고 돌아와 부모님 집에선 자는게 자는 것 같지 않고,
이제 이런 불면 상태로 지내 온지도 어언 3년이 되어 간다.
아마도
남의 집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는 듯,
템플 스테이는
살면서 한번 쯤 그냥 호기심에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실은, 외국에 나가는게 피곤하고
조용히 홀로 쉬는 싶은 마음에
어차피 집에선 더 피곤해 질걸 뻔히 아는 내가
마지막으로 고요하게 선택한 보루였다.
절에 들어가면
전화기도 무엇도 끊고 그냥 '혼자'가 되어있다
조용히 돌아오자" 하던 결심은
이틀, 아니 반나절 만에 외로움으로 변해
그 노란, 파란색 박스에 있는 토크 상자를 눌러대며
계속 얘길 쏟아내고 사진을 찍어대고
그렇게 의미없이 며칠은 있었다.
마지막 날엔
관광화 되어있는 템플 스테이에서
반성문 같은 '마지막 날 평가서'도 쓰고 싶지 않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홀로 워너비' 사람들과
의미 없는 인사도 나누고 싶지 않아
비오는 새벽에 그냥 조용히 짐을 정리하고
그렇게 남 몰래 서울로 향했다.
마지막 며칠 주말 동안은,
아깝기라도 하다는 듯이
사람들을 쏟아내듯 만나고
하고 싶던 일들을 닥치듯이 쳐내며
그렇게 일처럼 마감했다.
실은,
휴가동안 불안불안 기분이
이유 모르게 계속 함께 였는데.
그런 '휴가 모르게 휴가'같았던 일주일 후에
회사로 돌아가보니 원하지도 않던
인사발령에, 팀 조정에
다 쏟아져 나오는 데
나는 그냥 파도에 쓸리는 모래처럼
그냥 그렇게 쓸려 갈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만 가득.
난 별로 책임감이 없다.
책임감을 두려워 하는 인간이라,
그냥 팀장도, 밑에 사람도 아닌 그냥 그 중간이 딱 좋았고,
몇년 동안 일해대면서 좋다는 사람 못만나 본 탓에
이상한 나를 그러려니 해주는 진득한 사람들 만나
마음을 놓고 살던 찰나에,
나같은 사람한테 팀장에,
새로운 팀에, 새로운 사람에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들만 잔뜩.
그 며칠,
'절이니까 평화를 찾은거야' 라며
억지안정 찾았던 내가
그 며칠,
'왜 이런 거야, 인생. 재미없어'
에 다시 발진이 돋고,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낮엔
발진 약을,
밤엔
멜라토닌을
투여해가면서
그렇게 얻은 건
결국, 우울증과 동반한 무기력.
그리고
앞으로 쳐내야 할
그 이상한 책임감과,
나이에 맞게
어른이 되어아 한다"
압박감과,
내게는 없는 선택권.
십년만에 로맨스로 찾고 싶었던 파리는
그냥 일에 치여 하루 두,세시간 호텔에서 쪽잠 자야하는
그런 출장지 귀신로 변해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비바람 맞으며
우울감 달래고 싶었던 런던 또한 매한가지.
지금
겨우 찾았던 여유가
다시 괴물로 변해
나를 집어 삼킨다.
그 덕에,
다른 곳은 눈을 돌릴 수도 없는,
아니 돌리고 싶지도 않은 지경인 나.
체중은 내 인생 최저를 쳐대고
낮도, 밤도 다 내가 주인이 될 수 없는
그런 나를 이해해 주었으면.
고맙게,
이해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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